이상훈 박사의 넥스트 처치 (4)
새로운 길은 움직일 때 열린다
미래를 향한 항해는 언제나 불안하다. 더구나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 갈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나타난 현상은 움츠림이었다. 언제 이 사태가 끝날지, 정상화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교회는 마치 지뢰밭을 걷고 있는 양, 한 발 한 발 천천히 발을 떼는 양상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기간을 잘 보내야 한다. 현실에 묶이는 것이 아닌 사명에 초점을 맞추고 부르심을 위한 발걸음을 떼야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길은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공유해 본다.
공동체의 아픔에 참여하라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은 세상의 역사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그의 일차적 관심은 소외되고 약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있었다. 어떤 핍박과 고난 속에서도 복음의 능력이 지속되었던 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진정한 사랑을 경험한 사람들 때문이었다. 코로나19로 세상이 고통을 받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병에 걸리고, 직장을 잃고, 관계가 깨어지고, 고독과 두려움에 빠지고, 거동이 불편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이웃들이 많다. 교회가 그들의 아픔을 알고 함께 하는 일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표현하는 일차적 발걸음이다.
이웃을 향한 나눔을 실천하라
성육신적 사역은 낮아짐과 동시에 사랑을 나누는 행위로 드러난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어 주셨다. 이웃의 필요를 파악하고 그것을 채워주는 사역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방법이다. 사람들은 교회가 세상을 위해 존재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세상 안에서(in the world), 세상과 함께(with the world), 세상을 위해(for the world) 존재해야 한다. 성도들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교회들이 이웃의 필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섬기는 사역에 참여했는지 보았다. 그리고 그런 교회를 통해 자부심을 느꼈다. 이 기간은 세상을 향해 진정성을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다. 세상을 위한 사랑의 섬김을 시작하라.
성도들의 자원을 활용하라
세상을 사랑하고 섬기는 사역은 교회의 프로그램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성도들이 사역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회는 선교적 교회의 기본 개념인 ‘보냄’(sending)을 실천하고 이를 지원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교회 밖에서 성도들은 교회 안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네트워크와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 전문적인 직업과 기술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믿지 않는 사람들과 접촉하고 교제할 기회도 많다. 그들이 가는 곳이 선교지이고 교회가 되게 하라. 세상을 사랑하고 섬기는 주체가 되어 움직이고, 그러한 경험과 아이디어를 다시 교회로 가져와 더 정교하고 현실적인 사역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면 교회는 훨씬 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공동체가 될 것이다.
가정과 소그룹 사역을 강화하라
코로나19는 비대면, 비접촉을 상징하는 ‘언택트’(untact) 문화를 만들었다. 이는 한 공간에서 스킨십을 나누며 친밀한 모임을 추구했던 교회 모임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성인뿐 아니라 다음 세대가 직격탄을 받았고, 어떻게 신앙을 유지하고 계승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해답은 가정이다. 결국 가정에서 예배가 살아나고 신앙이 이어져야만 한다. 성도들도 마찬가지다. 전체가 모일 수 없을 때 소규모 모임이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교회는 더 작고 유기적인 체질로 바뀌어야 한다. 최근에 교회의 분산화(decentralized church)를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소그룹이 살아 움직여야 한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사역을 활성화하라
코로나19를 통해 교회는 온라인 사역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온라인은 교회 사이즈를 떠나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시간과 공간, 거리의 장벽을 넘어 모임과 돌봄, 훈련과 양육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연결(connection)이 목마른 시대에 온라인은 사람을 연결하고 접촉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 중 하나다.
홈페이지뿐 아니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유튜브 등을 활용하라.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라. 또한, 온라인 소그룹을 통해 성도들의 공동체를 만들고, 그 속에서 서로 격려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이끌라. 디지털 시대에 온라인 사역은 일시적 대안이 아니라 선교의 필수 영역임을 기억하고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 교회는 새로운 사고 전환을 요구한다. 급변하는 문명이 초래할 다양한 위기 상황 앞에 교회는 더 유연하고 선교적인 체질로 변화되어야 한다.
사명이 이끌어 가며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교회, 움츠림이 아닌 위기를 기회로 여기며 움직일 수 있는 교회가 될 때 새로운 길은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