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박사의 넥스트 처치 (3)

지금이 변화를 위해 최적화된 시간

세상이 멈춰 버린 듯한 느낌이다. 필자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도 예외는 아니어서 코로나19 여파로 정상적인 생활과 경제활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사람들의 불안과 두려움도 커져만 간다. 언제 끝이 날지, 그 이후에는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알 수 없기에 모두가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지낸다.

교회가 받은 충격 또한 엄청나다. 회중 예배가 제한되고 이제까지 당연시 여겨 왔던 모든 모임과 사역이 중단되었다. 교회에 위기가 닥쳤다. 큰 교회는 큰 교회대로, 작은교회는 작은교회대로 생존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까지 다다랐다. 이 어려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도할 뿐이다.

그러나 교회가 과거의 자리로 돌아가 이전과 동일한 사역을 한다 해도 그 전과 같은 역동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미국의 경우 몇몇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끝나고 나면 장기적으로 성도의 1/3을 잃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수치의 정확성을 떠나 성도의 수적 감소를 예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또 하나의 예측은 교회가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려 할 때 사회적 변화는 그런 교회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적응성과 유연성, 혁신은 미래의 키워드다. 시대의 흐름이 교회의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선교적 교회 운동이 일어나면서 학자들과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교회 변혁을 외쳤다. 본질로 돌아가서 교회 본연의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거의 오랜 관성을 깨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그런 교회를 뒤흔들어 바꾸고 있다. 불과 몇 주 만에 많은 교회가 이제까지 주저해 왔던 새로운 모험에 뛰어들었다. 교회 건물을 벗어난 주일 예배를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교회들이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가정 단위로 집에서 예배를 드린다. 가정예배 현장에는 찬양팀도, 성가대도 없다. 심지어 가운을 입고 예배를 집례하는 성직자도 없다. 줌(zoom)으로 모여 얼굴을 보고, 온라인으로 성찬을 하는 교회도 있다. 예전 같으면 신학적 논의와 담론으로 실현되기 어려울 일들이 순식간에 현실로 들어와 버렸다.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인가?

시대를 직시해야 한다. 만약 리더로서 과거로 돌아갈 시기만 조율하고 있다면 이보다 큰 착각과 실수는 없을 것이다. 변화는 선택이 아니다. 변화를 추구하되 어떤 기반 위에서 어떻게 변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과거처럼 트렌드와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시대가 끝났기 때문이다.

이제는 본질적인 차원에서 교회가 왜 존재하고 무엇을 하는 공동체인지를 다시 물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참된 변화는 본질을 훼손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본질로 돌아가기 위해 변화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지금의 상황은 본질적 변화를 위해 최적화된 시간이다. 누구도 변화를 거부하지 않을 때, 진짜 변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것을 위해 사역적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놀랍게도 우리는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본질적 사명에 헌신하는 교회들이 부각되고 있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교회가 이 시대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묻고 찾으며 그 대열에 참여하고 있는 교회들이 많다.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영향력을 가진 교회들도 아니다. 동네에 있는 평범한 교회들이지만, 이웃을 되돌아보고 지역을 돌보면서 교회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앨런 허쉬는 그의 책 「The Forgotten Ways」(잊혀진 교회의 길)에서 교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교회가 진정한 차원의 목적과 사명을 잃어버린 데 있다고 주장했다. 교회는 본질상 하나님의 선교 사역에 참여하기 위해 부르심을 입었기에 선교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존재의 목적이며 사명이라는 것이다.

변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지금보다 더 세련되게 하자는 말이 아니다. 세속 문화에 융합되어 힙(hip)한 교회가 되자는 것도 아니다. 세상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손과 발이 되어 세상을 섬기고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회복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우선순위가 되어 우리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실천해 나갈 때, 교회는 변화되고 갱신될 수 있다. 그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첫 관문이다.

영적 관점으로 본다면 지금은 하나님께서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상황이 분명하다. 삶의 기반이 흔들릴 때 사람은 존재론적 성찰을 한다.
나는 교회와 리더들이 이 시간을 자기 성찰의 시간으로 맞이하기를 바란다. 생존을 넘어 다른 교회와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교회가 존재해야 할 목적과 사명이 무엇인지를 원점에서부터 재고하여, 위기의 시간에 교회 공동체가 있음으로 세상이 희망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로 인해 교회의 목적이 바뀌고 체질이 새롭게 형성되는 기간이 되기를 바란다. 바로 지금이 위기를 넘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최적화된 기회임을 기억하자.